- 제목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 글/그림이셀
- 면수44쪽
- 발행일2023.11.25.
- 크기282×198㎜
- ISBN9791193279014
- 가격17,000원
위험에 빠진 친구를 위한 코끼리의 최선이 만든 기적
숲속에서 가장 큰 코끼리와 가장 작은 생쥐는 친한 친구입니다. 둘은 술래잡기를 하기로 하고, 코끼리는 생쥐를 찾아 굴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데 굴은 점점 좁아집니다. 굴이 좁아지자 술래잡기가 재미없어 그만두려던 코끼리에게 생쥐의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위험에 처한 생쥐를 구하기 위해 코끼리는 온몸을 버둥거리며 좁은 굴속이라는 것도 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합니다.
코끼리가 큰 덩치를 가늘게 쥐어짜 좁디좁은 터널을 통과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간절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답니다. 큰 덩치의 코끼리가 가늘고 긴 뱀처럼 변하며 웃음을 짓게 만드는 건 덤이고요. 드디어 생쥐를 발견한 코끼리는 방귀를 뿌웅 터트리면서 순식간에 생쥐와 함께 터널 속을 빠져나와요. 하지만 생쥐는 코끼리를 보는 순간 뱀인 줄 알고 놀라 도망치지요. 길쭉한 뱀 모양으로 변한 코끼리는 어떻게 코끼리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큰 덩치의 코끼리가 좁은 굴을 통과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유쾌하고 재미나게 우정과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보세요.
목적 없는 낙서, 쓰다가 만 메모들, 가벼운 무게의 상상과 함께 모호한 안개 속을 한 걸음씩 걸어 나아가면 항상 그 끝에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코끼리처럼 우직한 순수함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불러오는 기적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절망하지 않는 간절함을 모아 끝없이 노력해서 기적처럼 그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만났습니다. 그럴 때면 답이 없을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도 어둠은 지나가고 노력의 틈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을 위한 수능을 겪어낸 시간 역시 제게는 굴을 통과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고 빛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의 날들을 견디는 동안, 친구들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은 덕분에 함께 그 길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거든요.
아이들에게 이런 의미가 잘 가 닿을 수 있도록 크기에서 극과 극인 생쥐와 코끼리를 친구로 설정했습니다. 코끼리가 생쥐를 구하기 위해 뱀처럼 얇고 길어지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줌으로써 동반과 회복의 순간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일상의 기적과 우정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참 좋겠습니다.
코끼리가 뱀이 되는 시간, 우리에게 다가온
살금살금 걸어도 숲이 쿵쿵 울리는 코끼리와 쿵쾅쿵쾅 걸어도 가랑잎만 바스락거리는 생쥐는 친구입니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친구’라는 관계로 묶여진 상황은 외형뿐만 아니라 성격도 저마다 다른 우리 각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술래잡기를 같이 하기로 하고, 술래가 되어 생쥐를 찾으려 좁은 굴에 들어간 코끼리는 곧 답답함을 느끼고 재미를 잃지만, 생쥐의 비명을 듣고 생쥐를 구하기 위해 좁아지는 굴로 뛰어듭니다. 큰 코끼리가 좁은 굴을 지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생쥐를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코끼리는 자신이 뱀처럼 가늘어지는 시간을 이겨내지요. ‘코끼리가 뱀이 되는 시간’은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끔 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견뎌내는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코끼리와 생쥐의 술래잡기라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묵묵한 최선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코끼리는 왜 그랬을까? 를 생각해 보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뱀이 된 코끼리는 어떻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좁은 터널을 통과했냐는 생쥐의 물음에 그냥 네 생각만 했다고 하는 코끼리의 답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최선을 다하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선을 다해 굴을 빠져나온 코끼리는 자신이 뱀의 모습으로 변한지도 알지 못하지요. 하지만 생쥐의 도움으로 코끼리는 곧 원래의 모습을 찾습니다.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코끼리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엉뚱한 방법으로 코끼리를 원상 회복시켜 주는 생쥐의 역할이 이 책의 또 하나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지닌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할 이 장면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과 더불어 원래의 나로 회복할 수 있게 해 주는 힘 또한 우정과 친구에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점점 가늘어지는 코끼리를 위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의 하모니
좁아지는 굴속으로 쑥쑥 들어가는 코끼리의 모습을 어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림책의 세상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지요. 좁디좁은 굴을 통과하기 위해 코끼리의 몸이 가늘어지고 비틀어지는 모습을 작가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그럴싸하고 재미나게 표현했습니다. 코끼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생쥐의 다급한 외침은 땅속 균열을 이용한 이미지로 표시되어 절박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좁은 굴속에서 가늘어지는 코끼리의 몸통에 걸맞게 타이포그래피 역시 점점 납작하게 눌려진 모습으로 변하여 그림과 글, 그리고 글을 표현하는 타이포그래피가 하나로 응축되고 융화되어 이야기 본연의 맛을 즐겁게 담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