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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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겨울 별
  • 글/그림이소영
  • 면수58쪽
  • 발행일2021.12.22.
  • 크기247×247㎜
  • ISBN9788992704885
  • 가격17,000원

  • 저작권 수출 국가: 프랑스
  • 2022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도서


탄생을 준비하는 겨울의 웅크린 힘, 그리고 ‘함께’

세상의 끝에서 긴긴 잠을 자던 겨울이는 종이 울리면 깨어나 여행을 준비합니다.

하얀 눈 가루와 깜깜한 밤 가루를 넣은 가방을 들고 세상속으로 매년 똑같은 여행을 떠나요. 하지만 모두들 겨울을 피하는 것만 같아 겨울은 몰래몰래 다니지요. 그때 혼자 다니는 한 소년이 겨울의 눈에 들어옵니다. 혼자 집에 들어가는 아이는 눈을 뿌려줘도 심드렁하니 좋아하지 않아요. 겨울은 자신이라도 함께해 주고 싶어 아이에게 다가가지만 겨울이 엄마 아빠를 데리고 갔다는 소년은 “겨울이 싫어!”라며 소리칩니다. 그러자 겨울은 아이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한 뒤 손을 잡고 또 하나의 겨울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도와줍니다.

‘겨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동생을 맞는 아이의 모습과, 추운 계절인 ‘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함께’의 의미를 더불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소영 작가(글,그림)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그림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여름,』, 『여기, 지금, 함께』 등 다수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으며, 『휘파람 친구』, 『마음 안경점』, 『편의점』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자 너머』를 통해 2014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파란 아이 이안』 은 2018년 IBBY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굴뚝귀신』은 2019년에, 『여름,』은 2021년에 BIB 한국 출품작과 2021년 화이트레이븐스에 선정되었습니다.

겨울 = 함께

초겨울 이른 저녁,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창문의 불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하는 이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 순간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춥고 어두워진 길에서 작은 창문의 빛은 별처럼 반짝이며 다가옵니다. 밝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집 안의 풍경, 이 은밀하고 사적인 풍경 앞에서 아름다움에 취하면서도 무척 외롭기도 했습니다.

겨울은 눈이 있어 즐겁고, 따듯함이 있어 좋습니다. 춥기 때문에 집으로 들어가고, 따뜻함을 원하기에 또 자주 누군가와 함께하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 겨울이란 계절을 삶에 빗대어 본다면, 인생의 혹독과 불행의 시기로 여기곤 합니다. 인생의 겨울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이 시기를 받아들이기 보다 좋았던 때를 생각하며 움츠러들고, 마음의 갈피도 잡기 힘들어 하지요. 하지만 겨울은 어둠 속에 모든 것이 묻히고 차갑게 얼어붙어 생명력을 잃어가는 계절인 듯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탄생의 계절로 생각했습니다. 겨울이야말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꿈틀대는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그 뜨거운 에너지를 식히기 위해 추운 것은 아닐까? 가슴 깊이 작은 빛을 숨긴 인간처럼 겨울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겨울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너도 함께 있어.”
불현듯,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는 따뜻한 감정으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내 주변을 감싸는 겨울밤은 나만의 빛을 내기 위한 잠깐의 여행같았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절,
온기를 찾아 안식처로 돌아가는 계절,
함께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겨울밤 별빛처럼 빛나는 계절,

그런 계절로 겨울이 독자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소영

겨울이 품은 생명력과 동생의 탄생을 맞는 형의 마음, 두 이야기의 아름다운 조화

2021 화이트레이븐스에 선정된 이소영 작가의 『여름,』에 이은 계절 그림책으로 겨울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름,』에서 붉은색의 여름이들이 등장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차가운 느낌의 청회색 겨울이가 계절의 아이콘으로 인사합니다. 겨울이가 선물로 들고 온 까만 가방과 하얀 가방은 우리들이 맞는 긴긴 겨울 밤이고 또 하얀 눈이기도 하지요. 춥고 밤이 긴 겨울이지만, 춥기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하고 어둡기 때문에 밝은 빛은 더 빛난다는 점을 작가는 놓치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혼자 있는 사람은 있게 마련인데 겨울이가 주목하는 인물은 엄마 아빠가 동생의 출산을 위해 떠나고 혼자 남겨진 아이입니다.

겨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생명력과 동생의 탄생을 맞는 형의 시샘,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가는 작가의 구성력과 표현력이 단연 돋보입니다. 계절을 스케치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삶의 한 순간을 그 안에 담아 습식 수채화로 그려낸 겨울의 정취는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있으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으로 겨울, 그 이면의 따뜻함을 놓치지 않습니다. 또한 겨울의 풍경 속에는 태아의 단계적인 성장 모습이 암호처럼 숨겨져 있어 글과 그림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