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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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너의 정원
  • 글/그림나현정
  • 면수58쪽
  • 발행일2021.6.24.
  • 크기209×308㎜
  • ISBN9788992704847
  • 가격17,000원


함께한 추억이 피고 자라는 너의 정원

높은 담벼락 위에 앉아 아름다운 정원을 내려다보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저 사람은 매일 혼자서 뭘 하는 걸까? 내가 여기 있는지 알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고양이에게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다가옵니다. 다리에 깁스를 한 화가의 눈에는 철조망에 페인 고양이의 다리가 보였거든요. 화가가 고양이의 다리를 치료해주며 서로에게
3인칭의 존재였던 그들은 ‘너’와 ‘나’의 관계에 이릅니다.

둘은 꽃의 아름다움을 교감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화가는 자신의 공간에 고양이를 초대해 친밀한 시간을 보냅니다. 나란히 서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던 그들에게 어느 날 이별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고양이가
자신의 짝을 찾아 불쑥 떠나버린 거예요. 갑작스러운 이별에 화가는 슬픔에 빠지지만, 고양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정원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리웠던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나현정 작가(글,그림)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이 좋아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텍스트와 이미지가 조응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개인 작업에 몰두하여 인간과
환경, 관계와 기억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매일 규칙적으로 그림 작업에 매진하며 다양한 기법과 고유한 스타일을 연구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그린 선과 면을 지우고 덧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독특한 색감으로 감정의 밀도를 표현하기를 즐깁니다. 여러 번의 개인전과 그룹전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글과 그림을 함께 담아 첫
그림책 『너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았던 존재가 떠나버렸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떠난 이를 억지로 붙잡아 두거나, 원망하거나,
한없이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빈자리가 드리우는 외로움과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가면서, 어쩌면 한 걸음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제를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가’라는 인물을 설정했으며, 경계심 많던 고양이의 시선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
속에 관계의 농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그림책 속 정원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곳이자, 화가와 고양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가까워지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은 기억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첫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친밀함과 헤어짐 등
기쁘고 슬픈 온갖 경험과 감정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시들고, 상상과 어우러져 다시 소생하는 환상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홀로 남겨진 화가가 자신을 떠난 고양이와 재회하는 곳은, 함께했던 순간이 꽃과 풀,
나무로 변주되어 무성해진 ‘너의 정원’입니다. 한때 소중했던 존재가 지금 곁에 없을지라도,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한 우리는 저마다의 ‘정원’에서 서로 이어져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나현정

아름답지 않은 정원이 없듯이 아름답지 않은 만남은 없음을

나현정 작가는 우리가 맺는 관계, 그 자체가 가진 원초적 미학을 ‘정원’이라는 장치로 풀어내었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정원이 없듯이 아름답지 않은 만남이 없을 거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삶에서 거듭하게
되는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상상 속에서 재회하는 그 모든 과정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작가가 아름다운 정원을 택한 이유일 것입니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먹거리에 유혹되는 고양이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 본능적인 존재인 고양이와 이성적인 존재인 사람을 통해 전개되는 그들의 관계에서 만남과 이별의 주도권은
고양이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점은 우리들에게 만남과 이별이 이성적으로 예측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과슈로 그린 밀도 높은 그림은 ‘그림책이 책꽂이에서 만나는 갤러리’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더불어 화가의 집 안에는 벽지나 식탁보 등에서 줄무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마치 고양이와 화가의 관계가 기찻길의 평행처럼 끝내 서로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없음에 대한 의미로 다가와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길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생각하게끔 이끕니다.

타이포 디자인을 통해 표현되는 마음의 거리

이야기에서 진행되는 고양이와 화가의 관계는 타이포 디자인의 리듬으로도 읽힙니다. 이 책은 고양이의 독백으로 이어지기에 모든 글이 고양이의 심경이기도 한데, 디자이너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화가를 향해
고양이가 느끼는 마음의 거리를 타이포 디자인을 통해 그대로 녹여 냈습니다. 화가가 고양이에게 낯선 존재였을 때 타이포는 덤덤한 일직선으로, 고양이가 마음을 내어줄 때는 곡선의 리듬이 생기다가, 화가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할 때는 병렬의 세로로 표현되어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그림책 디자인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