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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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탑의 노래
  • 글/그림명수정
  • 면수50쪽
  • 발행일2022.2.11.
  • 크기119×162㎜
  • ISBN9788992704892
  • 가격14,500원

돌 하나에 속삭임 하나씩 담아 쌓고 쌓으면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높게 쌓아 올린 수많은 탑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작가는 ‘휘’라는 아이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탑의 참된 의미를 찾아갑니다. 마음에 꼭 드는 돌 하나를 주운 휘는 엄마에게 꽃을 건네는 마음을 담아 길가에 살포시 놓습니다. 바로 하나의 탑이 시작되는 순간이지요. 그 위로 휘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돌이, 휘의 신발끈을 단단히 매어주는 아빠의 손길이 담긴 돌이 차례로 올려지며 탑이 쌓여갑니다. 휘로부터 시작된 돌탑을 쌓는 이야기는 마치 노랫가락처럼 울리며 가족과 고양이를 포함한 주변 인물에게로 이어집니다. 아이였던 휘가 어른이 되는 긴 시간 동안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 그리고 주고받는 사랑의 향기 속에서 그들 모두는 각자의 시간을 탑으로 쌓아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들이 품고 살아가는 일상적인 바람을 속삭임으로 표현하며, 속삭임과 속삭임이 모여 쌓인 그 진실함을 향해 하늘이 새하얀 눈으로 화답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명수정 작가(글,그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사랑하는 조카들과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그림책으로 풀어내기를 즐겨합니다. 해린이를 위해서는 세상 모든 이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치마’를 한껏 펼치기를, 해원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그 수많은 찰나들이 아름답고 커다랗게 빛나기를, 서휘를 위해서는 모든 이들의 속삭임이 저마다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림책에 담아왔습니다. 만든 그림책으로는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커다란 커다란』, 『탑의 노래』가 있으며,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로 2019 BIB 황금사과상을, 신체의 한계를 넘어 누구나 음악에 춤출 수 있기를 꿈꾸며 펴낸 그림책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로 제1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조약돌이 쌓입니다.

엄마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는 아이의 마음이 쌓이고, 시선이, 꼭꼭 매어주는 마음이, 날갯짓이, 향기로움이, 설렘이, 알록달록한 꿈이, 싱그러운 바람이, 천천히 춤을 추는 시간이, 그리움이, 사랑스러운 발걸음이, 할머니의 손길이, 따스한 빛이, 반짝이는 숨이, 겹겹의 사랑이, 뜨거움이, 높고 낮은 음의 노래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쌓은 탑이 그 마음들을 소리 내어 노래한다면 어떤 음색일까요? 그 탑 위로 눈송이가 쌓이면 속삭이며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르지요. 하얀 조약돌과 하얀 눈송이가 쌓여 서로 닿는 순간이 몇 번쯤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보다 그것들이 쌓이는 이 땅 위에 서있는 우리 자신과 곁의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분명 더 아름다울 거예요.

여러분이 쌓은 탑의 노래가 속삭이던 곳에 닿기를, 때론 닿지 않더라도 아랑곳없이 그 음색을 잃지 않고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 명수정

공학적 전개와 선의 향연으로 펼치는 명수정 작가의 아름다운 속삭임

마치 자갈돌 하나를 손에 잡은 것처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이 작은 책은 상철 제본으로 하늘을 향하는 탑의 모양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돌 하나를 줍고 그에 바람을 담아 탑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이타적인 마음을 속삭임으로 담고자 한 작가는 주인공 휘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자신의 가족과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이들의 소망이 쌓이고 더불어 시간이 쌓여 만들어가는 탑은 어쩌면 고래로부터 내려온 하늘을 향한 인류의 속삭임일 것입니다. 그 속삭임을 향해 하늘은 폭우를 내리꽂으며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마침내 새하얀 복눈으로 하늘만의 속삭임을 들려줍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덤덤하게 흐르는 시간의 구분을 작가는 색의 변화를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휘와 그 주변은 연보라색과 연파랑색의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면 나이 든 휘와 그 배경은 붉은색이 주조를 이룹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예고하는 중간 페이지를 기점으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미래가 데칼코마니처럼 차례차례로 마주하며 소개됩니다. 과거와 미래의 대칭을 이루는 짝꿍 장면들은 그림도 텍스트도 저마다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 또한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여백을 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림책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유려한 선이 리드미컬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면 마치 복잡한 건물의 설계도처럼 앞과 뒤의 전개가 치밀하게 조합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명수정 작가의 그림책은 그 표현에 있어 공학과 미학의 지점이 함께합니다. 그런 이유로 전개도에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려면 조금은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전체를 다 읽어냈을 때의 쾌감은 그림책 읽기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