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봄의 초대
- 글/그림나현정
- 면수50쪽
- 발행일2022.2.28.
- 크기230×307㎜
- ISBN9788992704908
- 가격16,000원
- 저작권 수출 국가: 프랑스
- 문학나눔 선정 (2022)
-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3)
새싹과 함께 얼어 있던 마음에도 봄이 오고
새싹 하나가 빼꼼히 순을 내미는 모습을 본 곰돌 씨는 봄을 맞는 파티를 열기로 하고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냅니다. 사슴 씨, 여우 씨, 토끼 씨네 가족, 그리고 두더지 씨∙∙∙?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소심한 곰돌 씨는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두더지 씨를 초대하지 않아요.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저 사람이 혹시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특히 어린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주인공 곰돌 씨도 그랬어요. 지레짐작과 추측, 그리고 소심함 때문에 친구 두더지씨를 오해하게 되고, 결국 초대 명단에서 제외하고 말아요. 그렇지만 예기치 못했던 위급한 상황에서 두더지씨가 친구들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두 친구가 오해를 풀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그리고 한겨울의 추위가 조금 남아 있는 자리에 따뜻한 봄이 스며들듯, 곰돌 씨의 얼어 있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뜰과 마음에 완연한 봄을 맞으며 곰돌 씨는 말합니다.
“이제 정말 봄이 왔어.”
나현정 작가(글,그림)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이 좋아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텍스트와 이미지가 조응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개인 작업에 몰두하여 인간과 환경, 관계와 기억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매일 규칙적으로 그림 작업에 매진하며 다양한 기법과 고유한 스타일을 연구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그린 선과 면을 지우고 덧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독특한 색감으로 감정의 밀도를 표현하기를 즐기며, 그림책 『너의 정원』과 『봄의 초대』를 만들었습니다.
아직 겨울인 줄 알았는데 작은 새싹 하나가 돋아 있는 것이 보일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봄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황량한 겨울나무는 늘 그대로인 듯하지만, 첫 초록 잎을 밀어 올리기까지, 대기와, 흙, 나무 등 모든 것이 변화하며 온 힘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마음의 모양도 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계절의 흐름 속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생명력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티끌처럼 작아 보이는 일 하나 때문에 멀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손을 내밀고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봄을 맞아 오랫동안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친구들을 정성껏 초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설렘과 배려, 걱정 그리고 고마움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초대’라는 말에는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대접하겠다는 특별함, 그리고 은근한 감사의 뜻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를 하는 사람은 초대장을 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기억하고, 함께했던 추억들과 고마웠던 일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아주 작은 것들까지 고민을 거듭하게 됩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어떻게 자리를 배치하고 공간을 꾸미면 편안할까?’ 모두에게 알맞은 날짜를 정하는 일, 취향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 소소한 사항들을 고민하는 것은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애쓰는 마음, 바로 다정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대’는 매서운 겨울의 끝에 슬며시 다가와, 은근하게 어루만지기를 계속하다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봄’의 따뜻함과 서로 닮아 있지 않을까요.
『봄의 초대』를 읽는 분들이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마음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마음 한구석이 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그곳에 봄을 초대하기를 바랍니다.
– 나현정
색연필의 따뜻함으로 마음을 감싸는 봄의 온기를 그리다
관계는 일정한 모습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잔잔하다가도 거칠어지고, 따뜻했다가도 차가워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추운 겨울을 마감하고 새순이 올라오는 봄과 짝을 지어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색연필의 곱고도 따뜻한 질감으로 곰돌 씨를 비롯한 숲속 친구들을 사랑스럽게 불러냅니다. 그렇게 등장하는 곰돌 씨와 여우 씨, 사슴 씨, 토끼 씨네 가족, 그리고 두더지 씨는 그들이 가진 동물적 본성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서로 존댓말을 통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회 속 관계를 보여주며 따뜻하게 의인화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의 구조에서도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적절히 활용하며 매끄럽게 문제를 야기하고 해결하는 이 그림책은 이야기꾼으로서 작가가 자신만의 화법을 장착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가됩니다. 더불어 개성 있는 패턴과 장식으로 꾸며진 그들의 공간은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취향 등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일상의 심미적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