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수박만세
- 글/그림이선미
- 면수40쪽
- 발행일2017.1.17.
- 크기217×268㎜
- ISBN9791193279045
- 가격15,000원
- 아침독서 추천도서 (2018)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선정 으뜸책
-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걱정을 공감하며 들어 주고 함께 풀어가는 멋진 친구들의 이야기
아이는 삼킨 수박씨가 배 속에서 자라날 것만 같아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걱정에 걱정이 이어지는 그 순간에 아이의 입에서 싹이 돋아나고 쑥쑥 자라나 수박이 주렁주렁 열리고 맙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할 수 없이 수박을 달고 학교로 갑니다. 교실에 도착하니 포도 넝쿨을 몸에서 키우고 있는 친구, 머리 위에서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는 친구도 있는 거예요. 모두들 꿀꺽 삼킨 씨앗 때문에 걱정하느라, 밤새 넝쿨을 키우고 나무를 키워 열매까지 맺었다고 합니다.
놀란 반 친구들은 기이한 모습의 아이들 옆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어 그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걱정에 공감하며, 귀 기울여 들어 주고,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밤새 걱정으로 키운 수박 넝쿨과 포도나무와 살구나무들을 한순간에 떨쳐버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이선미 작가(글,그림)
어린 시절의 감정과 느낌을 보물창고처럼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 공통으로 닿을 수 있는 맑고 순수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재미나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세종도서와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에 선정된 『나와 우리』, IBBY Silent Books 와 문학나눔에 선정된 『어느 조용한 일요일』, 문학나눔과 경남독서한마당에 선정된 『진짜 내 소원』, IBBY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한국 출품작에 선정된 『귀신안녕』 등의 그림책을 지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유난히 걱정과 불안이 많았습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엔 삼켜버린 수박씨가 배 속에서 자랄까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도 못했으며, 수박씨가 자라나지 못하게 목이 말라도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요. 비가 많이 오는 날 저녁이면, 가족 모두가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마음이 불안하여 편히 놀지도 못한 채 대문 쪽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답니다. 씨앗처럼 아주 작은 생각에서 시작한 걱정이 무럭무럭 자라 큰 괴물처럼 커져 버리고, 큰 괴물처럼 커져 버린 걱정은 힘이 세서 무척이나 우리를 괴롭히지요.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고 바보 같은 걱정인데도 그런 걱정은 쉽게 멈추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걱정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젠 걱정을 대하는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걱정은 특히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을 때 더 잘 자란다는 거예요. 걱정을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더욱 커져 나를 망가트리기만 할 뿐이랍니다. 그러니, 당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걱정거리를 이야기해 보세요. 내 걱정이 무엇인지, 왜 걱정이 시작되었는지, 내 걱정이 얼마나 힘이 센지 등 걱정에 대한 모든 것을 나눠 보세요. 걱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시무시했던 걱정은 어느새 사라져 버릴 거예요. 『수박만세』의 친구들처럼요!
수박씨를 꿀꺽, 독자와 공유하는 경험 속에서 몰입되는 이야기
어린 시절, 과일을 먹다가 씨를 삼켰을 때 “씨앗이 배 속에서 자라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을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거예요. 우연히 삼킨 과일 씨가 걱정의 씨앗으로 남은 경험은 이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들에게 “그래, 맞아! 이런 적 있었어.” 라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끔 합니다. 작가는 수박씨를 삼킨 일반적인 경험에서 걱정의 원형을 찾아, 걱정을 키워 온 아이들과 걱정을 들어 주는 반 친구들을 대비시키며 걱정이 가진 무게의 상대성을 단면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무게를 덜어내는 데에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합니다.
상상 속에서 자라나는 걱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현실감을 희석시키고
아이들에게 ‘걱정’이 생기고 그 걱정이 자라나는 과정을 꿀꺽 삼킨 과일 씨앗이 배 속에서 자라나는 상상의 이미지를 실체로 가져와 표현했습니다. 수박 싹이 입에서 돋아나고 자라나는 모습은 아이들이 겪는 걱정이 커져 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잘 보여줍니다. 또한 수박 속에 갇혀 있는 아이의 모습이나 포도 미라가 될 것 같은 아이, 팔다리가 살구나무의 가지로 변하는 아이의 모습은 그들이 걱정 속에서 겪는 공포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로 하여금 그들이 매여 있는 공포와 걱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도 동시에 생각해보게끔 하는 데에 매력이 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공감의 대화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괜찮을 거야.” 라며, 따뜻한 시선으로 걱정을 들어 주고 그 힘듦에 공감하며, 같이 해결책을 고민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가 걱정을 가진 상대방을 대할 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와 대화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