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가 만난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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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하루살이가 만난 내일
  • 글/그림나현정
  • 면수50쪽
  • 발행일2023.1.17.
  • 크기226×312㎜
  • ISBN9788992704717
  • 가격18,000원


오늘의 시간만 주어진 하루살이가 찾는 내일, 그리고 그 의미

아름다운 꽃밭에서 깨어난 하루살이가 매일 아침 이런 곳에서 하루를 맞으면 좋겠다고 감탄하자 새가 말합니다. “너에게도 내일이 있을까?” 하루살이는 들어본 적 없는 ‘내일’에 대해 알고 싶어 여행을 떠납니다. 어린 풀들에게 내일은 한 뼘씩 자라서 나무가 되는 것이고, 창가의 시든 꽃들은 다시 피어나는 것이 내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인에게 내일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고, 어항 속 금붕어에게 내일은 오늘과 똑같은 하루일 뿐이라 하지요. 하루살이는 바다와 소녀, 그리고 애벌레를 연이어 만나며 그들이 생각하는 내일에 대해 묻고 답을 들으며 눈 덮인 산속까지 날아갔습니다. 산속에 있는 집 안에서 사랑스러운 아기를 기다리며 아름다운 천을 짜는 여인은 내일이 아프고 힘겨운 곳에도 있다고 합니다. 그때 고양이가 하루살이를 낚아채려 달려들고, 하루살이는 고양이를 피해 눈밭으로 도망치는데∙∙∙. 과연 하루살이는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내일’을 만났을까요?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이 좋아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텍스트와 이미지가 조응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개인 작업에 몰두하여 인간과 환경, 관계와 기억 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매일 규칙적으로 그림 작업에 매진하며 다양한 기법과 고유한 스타일을 연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그린 선과 면을 지우고 덧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독특한 색감으로 감정의 밀도를 표현하기를 즐깁니다. 만든 그림책 『너의 정원』은 2022 화이트레이븐스에, 『봄의 초대』는 프랑스에 저작권이 수출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일’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들어와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하루살이 한 마리가 떠올랐는데, 그 작은 곤충이 고맙게도 저를 이 질문의 여정으로 초대해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작가인 제가 ‘하루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는 했지만, 역으로 하루살이가 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때로는 영영 알 수 없는 답을 부질없이 찾으려고 헤매는 것만 같아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이 우리의 삶과, 예술, 그리고 책이 가진 의미가 아닐까 하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섣불리 질문에 답하려 하기보다는, 하루살이의 입장이 되어 그 여정에 동참하고 느껴보려고 애쓰면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속의 하루살이는 특별해 보이지만 동시에 평범합니다. 질문하는 하루살이라는 점에서는 남달라 보이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그런 것 아닐까요? 내일을 알지 못하지만, 각자의 질문을 가지고 하루살이처럼 비행하는 우리의 삶. 이 책을 읽는 분들이 하루살이와 함께 질문하며, 각자의 내일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던지는 ‘내일’에 대한 질문

우리는 오늘을 마감하고 내일을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이기에게 ‘내일’이란 절대 오지 않을 미래입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하루살이에게 허망한 꿈과 같을지도 모를 내일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내일을 찾기 위해 꽃밭에서 시작된 하루살이의 여정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눈 덮인 깊은 산속으로 이어지며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물론 이는 독자만이 아는 진실이기에 밤이 될 때까지 내일을 찾는 하루살이가 여간 애틋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살이가 만난 새싹들에게 내일은 자라나는 희망이고, 시든 꽃들에게 내일은 꽃봉오리를 피워내기 위한 인고이며, 노인에게 내일은 두려움이고, 물결에게 내일은 새로운 빛으로 일렁이는 파도이며, 소녀에게 내일은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내일을 향한 하루살이의 질문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일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마치 무한한 내일을 가지고 있는 듯 당연하고 무심하게 ‘내일’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작가는 단 하루만 가진 하루살이를 통해 내일이 가진 의미를 이렇듯 다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글과 그림이 각각 빛을 발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조화로움

화면을 가득 채워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림책이 책꽂이에서 만나는 갤러리임을 일깨워주는 나현정 작가의 작업 방식이 이번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화려한 색과 면으로 표현된 장면장면은 그 자체로 더없이 아름답게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이에 더해 글 원고를 주인공인 ‘하루살이’와 주요 테마인 ‘내일’,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존재들’과 ‘이야기 서술’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 흰색, 체리레드, 고동색, 검정색의 컬러박스를 채워 디자인함으로써 글의 의미에 방점을 두고 읽게끔 돕습니다. 그림과 글이 각각의 이미지로 조화를 이루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