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씨
book-cover

  • 제목목화씨
  • 글/그림조혜란
  • 면수42쪽
  • 발행일2024.11.9.
  • 크기232×267㎜
  • ISBN9791193279069
  • 가격22,000원


목화의 생장과 더불어 담아낸 포근한 그리움

아이가 심은 목화씨는 새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으며 쑥쑥 자랍니다. 볼록한 봉오리를 맺고 그 안에서 노란 아기 꽃이 피었다가 이내 연분홍, 진분홍으로 변하며 툭 떨어집니다. 화려한 진분홍 꽃이 떨어진 자리에 둥글고 단단한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를 맺은 목화는 자신을 지켜보는 태양에게 다가가고 태양으로 가까이 갈수록 목화의 가지는 말라 가지만, 마침내 목화는 풍성한 솜꽃을 피워냅니다.

아이는 포근하고 보드라운 솜꽃을 한아름 안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솜이 구름처럼 날아가 버릴까 걱정입니다. 이불이나 인형 속에 넣으면 솜을 잡아둘 수는 있겠지만 만질 수 없으니 안 되어요. 어떻게 할까요? 아이는 고양이빗을 이용해 목화실을 만들고 골판지에 실을 올려 직조를 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폭 안아 주고 싶은 고양이를 무늬로 짜 넣으며 자연과 더불어 우리의 삶의 한순간을 따뜻함으로 채워 주는 그림책입니다.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들과 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 덕분에 늘 자연을 향한 그리움을 지니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촌에 삶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그 사이에서 배우고 생활하며 삶에 닿아 있는 자연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만든 그림책으로는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 『빨강이들』, 『노랑이들』, 『상추씨』 등이 있습니다.

3년 전, 유기농업을 하는 농촌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 가르쳐 주는 것도 많았는데, 나는 그중에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주관하는 목화 농사 수업에 참여했어요. 수업을 이끌어 주는 선생님은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와 지내다 결혼한 옆집 며느리였어요. 유기농 면을 얻기 위해 직접 농사짓고, 솜을 수확해서 실을 잣는 이 선생님은 목화를 정말로 좋아했어요. 목화꽃이 너무 너무 예쁘다는 거예요. 농업을 전공한 선생님은 왜 목화라는 작물을 저리도 좋아하실까 궁금했어요.
우리는 목화씨를 심고 여름 동안 물을 주었지요. 목화나무는 내 키만큼 자랐고, 가을에는 솜꽃을 피워냈어요. 목화솜을 수확할 때는 말라서 뾰족해진 목화 열매 껍질에 찔릴까 봐 손을 요리조리 돌리면서 조심스레 솜을 빼내야 했어요. 첫 번째 빼낸 솜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는데 그 포근함에 가슴이 저려 왔어요. 예전에 키우던 집 나간 고양이, 하양이가 생각났거든요. 얇게 엉킨 목화솜은 꼭 하양이의 털 같았고, 까만 목화씨는 하양이의 긴 털 속에 감추어진 까만 발바닥 같았어요. 목화의 연한 식물 냄새도 하양이 냄새와 비슷했고요. 그때 느꼈어요. 목화가 포근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걸요. 선생님이 목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리운 엄마의 포근함에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목화솜으로 실을 자아 하양이를 넣은 티매트를 짰어요. 이 책에 목화씨가 세 알만 등장한 것은 티매트에 들어간 하양이를 만든 목화의 양이 세 그루이기 때문이에요. 티매트에 귀엽게 앉아 있는 하양이를 쓰다듬으며 생각했어요. 오래오래 포근하게 기억할게∙∙∙ 하양아.

조혜란

보들보들 목화의 솜꽃에서 몽실몽실 그리움이 피어나다

땅에 심어진 목화씨는 흙을 비집고 나와 초록의 싹을 틔우며 쑥쑥 자랍니다. 한나절 동안 피어난 샛노랑 아기꽃은 이내 연분홍으로 변하다 진분홍에 이르면 일순간 툭 떨어지는데, 이는 마치 여인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을 그려낸 듯합니다. 노란색 어린 아이가 자라 연분홍 새색시가 되고 또 농염한 여인처럼 진분홍이 되면 자신을 툭 떨쳐 버리고, 그동안 품어 왔던 봉오리를 내세웁니다. 마치 자식을 선보이는 것처럼요. 봉오리가 맺히면 그 다음은 목화 가지의 차례입니다. 솜꽃을 피우기 위해 가지는 뜨거운 태양을 향해 주저함 없이 나아갑니다. 자신이 타들어가는 것도 마다치 않고요. 부정과 모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목화의 성장 속에서 자식과도 같은 솜꽃은 하얗고 포슬하게 피어납니다.

그리고 목화는 아이의 손에 닿아 그 따뜻한 기억과 포근한 촉감을 건네는 마음속의 존재, 고양이에 이릅니다. 서사의 바탕은 목화씨의 성장을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은 목화의 포근함과 따스함이 내면의 추억을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우리의 삶, 그 갈피에 다가옵니다. 더불어 목화씨가 솜꽃을 피우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보여주고, 우리의 생활 속에 밀착되어 있는 목화로 만들어진 용품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해 보게 이끕니다.

이야기의 소재와 이미지 구현의 재료 및 과정이 서사의 맥락 위에서 촘촘하게 연결

작가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자라나는 목화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목화실로 만들어진 광목 위에 목화로 자은 면사로 수를 놓고 목화로 만든 천을 바느질해 책 전체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목화와 목화가 담고 있는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이 그림책의 모든 이미지는 모두 목화로부터 온 것입니다. 이야기의 소재와 이미지의 표현 재료가 동일한 선상에서 이루어 내는 화음과 조화는 내용과 물성이 합일되어 완전한 하나의 맥락으로 통하는 그림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