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두더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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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힘내 두더지야
  • 글/그림이소영
  • 면수50쪽
  • 발행일2024.1.20.
  • 크기232×307㎜
  • ISBN979119327902177810
  • 가격18,000원


속상하고 힘 빠지는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위한 ‘우연’의 응원

숲속 마을에서 두더지는 아주 큰 당근을 키우길 바라며 아주아주 열심히 일합니다. 상담가인 사슴벌레는 동물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수확한 당근이 너무 작아 하나도 팔지 못한 두더지는 힘이 빠져 눈물을 흘리고, 상담에 만족하지 못한 동물 친구들이 돌을 던져 턱이 부러진 사슴벌레는 기운 없이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둘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빛을 따라 나온 사슴벌레는 울고 있는 두더지를 우연히 만납니다. 두더지의 당근주스를 마신 사슴벌레는 훌륭한 맛에 감탄하지만 큰 당근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두더지에겐 그 말이 와닿지 않아요. 사슴벌레는 그런 두더지를 위해 밤 산책을 제안합니다. 모르는 길이 나오자, 사슴벌레는 계획표에 맞춰 일하는 두더지에게 나뭇가지를 돌려 길을 선택하게 하지요. 두더지는 계획된 길이 아닌 우연의 결정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마침내 진정한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되고 작은 당근을 자랑스러워 하게 됩니다. 사슴벌레도 더 이상 기운 없는 날들을 보내지 않게 되었고요. 두 친구는 밤 산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아름답고 다채로운 그림책은 자신의 불안을 표현하는 것의 어려움, 그리고 우정의 원천이 되는 행동의 미덕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 르몽드 (Le Monde)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그림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겨울 별』, 『여름,』, 『여기, 지금, 함께』 등 다수의 그림책을 쓰고 그렸으며, 『휘파람 친구』, 『마음 안경점』, 『편의점』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자 너머』를 통해 2014년 볼로냐 ‘올해의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파란 아이 이안』은 2018년 IBBY ‘장애아동을 위한 좋은 책’, 『굴뚝귀신』은 2019년 BIB 한국출품작에, 『여름,』은 2021년 BIB 한국출품작과 2021년 화이트레이븐스에 선정되었습니다.

우연은 사소해 보이기도, 또 놀랍도록 신기하기도 합니다. 작은 우연들이 차곡히 쌓여 결국 큰 단초가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길로 이끌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지금 어떤 우연을 만나며 어떤 길로 가고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 서럽고 힘든 ‘우연’의 길을 지나고 있다면, 이는 결국 의미 있는 필연을 만들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한 발 한 발이 결국 마음의 환한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숲속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소영

타인이 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쾌한 캐릭터 설정과 공감을 이끄는 탁월한 이야기 구성

“어느 깊은 숲속에 서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살고 있었어.”

이 책의 첫 문장입니다. 담백하고 명료하게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서로 전혀 모르는 두 등장인물이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비슷하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될까?를 기대하는 독자에게 작가는 ‘우연’이라는 모티브로 그 다음 이야기를 설계합니다. 두 인물이 가진 성격을 고유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요. 두더지는 당근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일하지만 그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도 두더지는 목표를 향해 계획표를 세우며 자신에게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사슴벌레는 유명세가 있는 상담가임에도 실패의 부담에 힘들어하며, 더불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 둘의 같은 마음은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만난 힘든 순간과 겹쳐 자연스럽게 공감을 끌어냅니다.

우연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에서 변화와 의지가 생기고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다.” 50년간 15만 명의 환자를 돌본 정신과전문의 이근후 님의 말입니다. 두 동물 친구의 이야기도 우연은 정해진 틀 안에서 볼 수 없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해 주고, 새로운 시선은 힘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계획표 대로 살아가는 데에 익숙한 많은 이들에게 때로는 우연이 준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라는 책의 이야기에 따라가다 보면 마치 사슴벌레의 상담을 받은 듯 내면의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푸른색으로 그린 숲속의 아름다운 밤, 그리고 또 다른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

이소영 작가는 그림책에 상징적인 색채를 정해 표현하길 즐기는데, 이번 책에서는 푸른색에 집중했습니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모노프린트로 완성한 푸른 밤의 숲에서 불안한 두 친구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 보이고, 짜릿한 모험을 기대하며 떠나는 밤 산책은 더 설레게 보입니다. 글 원고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지만 그림에서는 두더지와 사슴벌레의 밤 산책을 드러나지 않게 함께하는 동물 친구들이 있어 숲의 생동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 작가의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 새와, 사랑과 질투 사이에서 방황했던 작가의 전작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의 빨강이가 눈길을 끕니다. 하양에게 돌을 던지고 숲속에 숨어 지냈던 빨강이의 시간을 흘깃 바라보게 하는 작가의 여유와 유머에 웃음짓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