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우주지옥
- 글/그림소윤경
- 면수46쪽
- 발행일2022.7.22.
- 크기210×302㎜
- ISBN9788992704724
- 가격21,000원
- 한국출판문화상 본선 진출작 (2022)
지옥, 아름다운 삶을 위한 원초적 지침
그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지옥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예술성 높게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 생태계를 넘어 우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도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만큼이나 넓고 깊다고 생각한 작가는 미지의 우주 어디인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지옥별을 그려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죽으면 그곳으로 추방당하게 합니다. 지옥별에 이르면, 여러 동물 두상과 기괴한 해골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이글거리는 불길에 휩싸인 지옥의 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되돌아 갈 길이 없는 지옥의 시작입니다. 시간을 낭비한 자가 가게 되는 ‘쇳물지옥’을 포함한 17가지의 지옥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시각적, 언어적 표현으로 묘사되어 책을 펼치는 순간, 무시무시한 지옥 세계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지구별의 일억 년이 지옥 시계로는 일 초에 불과함에도, 지옥 시계로 이조 이억 년, 구조 구억 년 등의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섬뜩한 벌을 받아야만 환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자연을 겸허하게 대해야 한다는 삶의 자세를 지옥의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설파합니다.
소윤경(글,그림)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파리국립8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회화 작가로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전시에 참가했습니다.
그림책 『내가 기르던 떡붕이』, 『레스토랑 sal』, 『콤비 combi』, 『호텔 파라다이스』, 『수연』을 쓰고 그렸고, 동화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 『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거짓말 학교』, 『컬러 보이』, 『김원전』, 『무대는 언제나 두근두근』, 『요괴 소년』, 『아기도깨비와 오토제국』, 『일기 감추는 날』, 『벌거벗은 임금님』, 『내가 형이랑 닮았다고?』, 『각시각시 풀각시』, 『건방진 도도군』, 『소심쟁이 김건우』, 『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거짓말 학교』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가들은 기상천외하고 살벌한 지옥 풍경을 그려왔습니다. 끔찍한 형벌들을 보여주며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교화하는 것이 지옥의 역할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화가에게 지옥은 재현의 틀을 벗어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판타지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옥에 온 인간들은 포박된 채 무시무시한 괴물들에게 사지가 뜯기거나, 펄펄 끓는 기름에 빠뜨려지기도 하며, 끝도 없이 오물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묘사가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느껴지곤 해요. 마치 온갖 형벌이 가득한 테마파크처럼.
지옥을 상상하며 지옥에 가게 되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째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죄예요. 시간을 낭비한 자(쇳물지옥), 게으른 자(사막지옥), 몸을 청결히 하지 않은 자(파리지옥) 등입니다. 삶의 기본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여기기에,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상생활의 중요함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는 나쁜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망친 죄입니다. ‘악플지옥’, ‘울음지옥’, ‘구슬지옥’ 등 서로를 헐뜯고 질투하고 싸움을 일으키는 자들이 만들어가는 불화의 지옥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흔하게 겪게 되는 현생의 고통이기도 하지요. 세 번째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 죄입니다. 음식을 낭비하고(구토지옥), 동물들을 학대하고(고기지옥), 물을 오염시킨 자(기름바다지옥)들의 지옥이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옥에서의 형벌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억겁의 시간을 지나 형량을 마친 죄수들은 다시 환생의 문 앞에 서게 되지요.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날지는 모르지만 맑고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지옥에서의 형량을 마치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다시는 지옥에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선량하게 살아갑시다.
– 소윤경
충격적이지만 매혹적인 비주얼로 그로테스크의 미학을 그림책에 담다
인류가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된 이후 ‘지옥’은 감정적 DNA에 대를 이어오며 차곡차곡 쌓여 원초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게 된 ‘낱말’이 아닐까요? 작가는 우주 그 어디인가에 있다고 상정한 지옥별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상상하여 글과 그림에 담았습니다. 거침없는 과장과 묘사로 표현된 글 원고의 지옥과 형벌은 무시무시한 지옥을 투영시키고 있어 고전문학에서 만나온 지옥을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맛보는 듯합니다. 시각적으로 표현된 지옥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여,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비주얼이지만 해학적이며 매혹적인 양가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지옥의 풍경을 꼼꼼히 바라보면 벌을 받으며 발버둥치는 이들이 외치는 형형색색의 비명이 들리는 듯해 오싹해지지만 그림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쉽게 시선을 놓기가 어려운 이유일 것입니다.
탐욕과 이기심에 찌든 현대인들을 향한 응징이자 계도
소윤경 작가는 그동안 펴낸 『레스토랑 Sal』, 『콤비』, 『호텔 파라다이스』 등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이기적인 문명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다면, 이번 『우주지옥』에서는 현대인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세분하여 지옥이라는 장치 안에서 형벌을 내립니다. 그 형벌은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인터넷에서 타인을 비방하고 모독한 자들이 가는 ‘악플지옥’을 예로 들면 죄인들은 서로의 과녁이 되어 화살과 표창을 상대방 심장에 꽂으면 점수가 올라가고, 점수가 높은 자는 구멍 난 심장이 메워진 후 다음 과녁으로 이동하는데, 무려 구억 이천만 개의 과녁을 통과해야만 형벌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런 세밀하고도 과장된 표현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형벌의 전개는 매혹적인 지옥 그림과 함께 한편으로는 해학적이기도 합니다. 생전에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자들이 비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지독한 형별을 마주하게 하는 상황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기대를 역설적으로 담은 극단적인 유머의 장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지옥을 담은 단테의 『신곡』, 그 원 제목이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인 것처럼요.
우리의 삶에서 지옥을 바라보게 하는 진정한 의미는 현생에서의 반성과 계도일 것입니다. 작가가 건네는 오싹하면서도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지옥은 독자로 하여금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자신에 대한 성찰, 지구에서 더불어 사는 타자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우리의 오늘을 마주하게 이끌 것이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