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커다란
book-cover

  • 제목커다란 커다란
  • 글/그림명수정
  • 면수46쪽
  • 발행일2020.8.21.
  • 크기262×358㎜
  • ISBN9788992704779
  • 가격21,000원

우리의 오늘을 아름답게 비출 두 개의 이야기를 그리다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린은 낚싯대를 들고 집을 나섭니다. 물빛이 반짝이는 바다에 다다르자 배를 타고 낚싯대를 드리우지요. ‘커다란’ 물고기를 바라던 기린은 아주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리지만, 그 물고기는 곰 인형을 삼키고 있어요. 그 곰 인형을 통해 기린은 알게 됩니다. 자신에게 반짝이는 행복을 주는 것은 큰 물고기가 아닌 곰 인형이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기린은 또 “커다란 커다란”을 외치며 낚시를 계속합니다. 기린이 낚은 물고기들은 오르골, 장난감 자동차, 딸기우유, 책, 사탕 등을 차례로 삼키고 있고, 기린은 그것들을 통해 자신이 쫓고 있던 커다란 것이 물고기가 아닌 행복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임을 점점 더 확실히 깨닫습니다. 바구니 가득 건져온 기린의 커다란 반짝임들은 샹들리에로 만들어져 그 동안 기린이 잃어버렸던 삶의 색깔을 다시 아름답게 찾아줍니다.

『커다란 커다란』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삶에서 진정 커다란 것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에 대한 주제였다면, 또 다른 하나는 환경오염에 대한 것입니다. 작가는 커다란 무엇을 소유하기에만 급급했던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바다에 내버려진 천으로 된 곰 인형, 철로 만들어진 오르골, 장난감 자동자, 플라스틱 빨대가 꼽힌 우유곽, 종이책, 비닐 사탕봉지들을 연속적으로 제시합니다. 바다에 버려진 물건들을 먹고 병드는 물고기들에 대한 보고이자,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건으로 업사이클링한 샹들리에를 통해 우리들의 삶의 가치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명수정 작가(글,그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조카 해원이와 우리들의 어린 시절, 그 수많은 찰나들이 반짝이는 윤슬처럼 아름답고 커다랗게 빛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생각하며 『커다란 커다란』을 만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치마’를 마음껏 펼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로 BIB 2019 황금사과상을, 신체의 한계를 넘어 누구나 음악에 춤출 수 있기를 꿈꾸며 펴낸 그림책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로 제1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늘 커다란 무언가를 낚고 싶어합니다.

자신만의 낚싯대로 취향에 맞는 먹잇감을 낚싯바늘에 꿰어 지구라는 이름의 강 위에 던져 놓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무언가 커다랗고 커다란 것을 잡고 싶어하지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세련되고 매끈한 표면을 지니고 새것인, 화려한 색감의 물질로 이루어진 무엇인가요?

그것들이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구에서 낚을 가장 커다란 무엇인가는 더 따뜻하고 더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강 위의 윤슬처럼요.

세상에 윤슬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건 우리들의 삶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이지 않을까요?

마치 인생에서 마주칠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운 음악처럼 커다랗고 커다랗게 빛나는 그 순간을 여러분이 낚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찰나들이 여러분의 삶을 영원히 아름답게 비춰주기를 바랍니다.

– 명수정

다층적 메시지의 틀 속에서 균형 있게 연주되는 아름다운 삶을 향한 진정한 가치

『커다란 커다란』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들의 삶에서 진정 커다랗게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커다란 무언가를 향해 살되 삶의 색이 무채색이었던 기린이 인생의 항해와도 같은 낚시를 통해 진정으로 커다란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다채로운 색깔로 가꾸어가는 과정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다란 커다란”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낚시를 떠나는 목이 긴 기린과 낚싯줄의 조화는 시각적으로 경쾌함을 줍니다. 바다는 눈부신 햇살이 물결에 맞닿아 반짝이고 있지만 기린은 커다란 물고기를 낚는 것에만 몰입되어 반짝이는 윤슬이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기린이 잡고자 하는 커다란 물고기는 커다란 무엇인가를 대변하는 존재이자, 환경오염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비록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작가는 바닷속에 버려진 공산품을 먹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에 대한 경고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버려진 물건들을 건져 올려 샹들리에를 만듭니다. 이처럼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에서도 샹들리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의 집합체이자, 업사이클링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찾아 우리의 하루하루를 가치 있고 아름답게 비출 커다란 빛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똑같이 그 역할을 다하며 두 이야기의 리듬을 하나의 음률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커다랗고 귀여운 캐릭터로 탄생한 기린과 눈부신 형광의 아름다운 색감을 살린 세밀한 그림, 일필휘지로 그려낸 낚싯줄의 리듬, 그리고 잔물결의 반짝임이 아른거리는 넓은 바다가 커다란 판형에 시원하게 담겨있어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