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잠자리 편지
- 글/그림한기현
- 면수38쪽
- 발행일2016.12.6.
- 크기232×232㎜
- ISBN9788992704519
- 가격17,000원
- 저작권 수출 국가: 베트남
- 2018 아침독서 추천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선정 으뜸책,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 출판저널 선정 이달의 그림책
아이와 고추잠자리가 함께 그려가는 따뜻한 만남 이야기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아빠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뒤,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아이가 엄마를 그리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리는 것뿐이었거든요. 엄마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아이는 어떻게 달래어 갈 수 있을까요?
저수지 안에서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며 날기를 꿈꾸던 고추잠자리 유충에게 드디어 하늘을 힘차게 나는 날이 왔습니다.
마냥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와 하늘 빼곡히 힘차게 나는 잠자리의 만남은 아이로 하여금 엄마께 편지를 쓰도록 이끌어 줍니다. 아이는 손톱만 한 편지에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열 손가락 가득 잡은 잠자리에 매달아 날려보내지요. 엄마께 그 편지가 전해지길 기대하면서요. 그 이후, 아이는 잠자리를 볼 때마다 편지가 잘 전해졌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늦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동안, 아이는 잠자리에게 답을 들으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며 둘의 친밀감은 점점 더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서리를 맞은 채 꼼짝하지 않는 잠자리를 본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얼어 있는 잠자리를 보자 터져버린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는 이내 잠자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안아 따뜻한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아이의 따뜻한 숨이 전해지자, 잠자리는 서서히 날개를 움직이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 앞에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요. 마침내 엄마께서 오신 거예요! 잠자리의 언 몸에 온기를 전해준 아이의 따뜻한 손과 엄마의 따뜻한 가슴이 포개지고, 아이는 잠자리가 자신의 편지들을 엄마께 전해드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기현 작가(글,그림)
벨기에의 브뤼셀왕립예술아카데미 일러스트레이션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이야기를 만들고 그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그 시절의 잔상은 그녀를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공감하는 그림책을 만들기를 소망하며, 첫 그림책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있습니다.
<잠자리 편지>는 제 유년의 기억을 담은 편지 그림책입니다. 어린 저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맡겨져 2년 동안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엄마께서 오시기로 약속한 일요일이 다가오면 토요일 밤부터 대문 밖 발자국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곤 했습니다. 당시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시골 하늘 가득히 날던 잠자리를 보면서부터였습니다. 단단하고 투명하게 보이는 고추잠자리의 날개를 보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또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부럽기도 했던 저는 잠자리 꼬리에 실로 편지를 묶어 며칠 동안 날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엄마가 편지를 받았기를, 누군가 제 편지에 답해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초겨울 등굣길에 만난 잠자리는 더 이상 하늘을 휘젓는 씩씩한 우편배달부가 아니었습니다. 얼어서 굳어버린 듯 차가운 잠자리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생명의 온기를 되살려냈던 그 날의 기억이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책싸개를 통해 책을 포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독자들이 책 내용처럼 편지를 접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안에 넣고 보자기처럼 감싸서 독자들이 귀한 선물을 받듯 건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온기가 제 의도대로 책싸개에 잘 감싸져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한결같이 따뜻한 엄마의 품에 이 책을 안겨드리고자 합니다. – 한기현
편지처럼 접어서 책을 감싸는 책싸개, 내용을 함축한 형식을 보여주다.
어린 시절, 잠자리에 편지를 묶어 날려보낸 경험은 시골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소원을 쓰기도 하고, 짧은 편지를 적어 잠자리에 날렸던 그때의 추억에 작가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따뜻하게 오버랩 시켰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의 만남을 이어주는 전달자로서 고추잠자리를 불러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며 짙은 외로움에 휩싸였던 아이의 어깨는 잠자리를 잡고, 편지를 써서 날려보내고, 또 잠자리에게 편지가 잘 전해졌는지를 묻기 위해 다가가는 과정에서 엄마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설렘이 가득한 어깨로 표현됩니다. 이처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아이의 표정과 모습을 살피는 것 또한 그림책 읽기의 묘미일 것입니다. 더불어 고추잠자리의 모습을 거시와 미시의 시각으로 이미지화 한 장면들은 단순한 줌 인과 줌 아웃의 경계를 넘어 ‘고추잠자리’라는 하나의 형상을 예술적으로 다채롭게 탐구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이자 특이한 점은 책의 내용을 함축한 책싸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가 띄워 보내는 잠자리 편지를 책싸개의 모양으로 형상화하여 만들어낸 작가의 아이디어는 평면적인 스토리에 공간감과 동작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싸개를 푸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엄마에게 쓴 편지를 접던 장면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이 반갑게 마중 나오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딱지를 접는 듯하기도 한 이러한 책싸개 형식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전자책이나 기타 IT 모니터를 통해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종이책만의 장점을 잘 살린 구성이자 시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