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정 작가의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가 BIB 2019 황금사과상을 수상하며, 큰 기쁨을 안겨줬지요. 사실 이 책은 텍스트도, 페이지도 많지 않지만 그림과 글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에요. 차근차근 그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이번에는 일단 그림과 관련된 작가의 창작 모티브에 대해 전해드리려 합니다. 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림이 진짜 예쁘죠? BIB 황금사과상 수상이 그에 대해 공인을 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먼저 BIB가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실 것 같아 간략하게나마 BIB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BIB와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BIB는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행사로, 그랑프리상 1인과 황금사과상 5인, 훈장상 5인의 작가를 선정, 발표합니다. 대단히 많지는 않지만 상금도 있고요. 또 어린이심사위원단이 구성되어 1인의 작가를 선정하고 있어요.
1967년에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몇몇 예술가와 출판인의 연대로 시작된 이 행사가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IBBY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IBBY와 슬로바키아 문화부, 유네스코 등의 지원아래 진행되며, 그야말로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계의 가장 큰 국제적인 행사이자 축제로 자리매김되었습니다.
IBBY의 지원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IBBY 각국 지부를 통해 BIB응모작품을 출품 받는다는 거예요. 한국의 경우는 KBBY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요. IBBY각국 지부는 각 나라에서 최대 15작가를 선정하고, 작가당 4-9점의 작품을 받아 BIB에 접수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했으니 BIB에 접수된 작품들은 모두 각국의 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BIB관련 상을 받는 작가는 극소수이지만 BIB에 모인 모든 작품들은 이처럼 각국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에, 전시장에서는 동시에 전시가 되며 수상작에는 마크를 더하는 것으로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참고로 2019년에는 110여 개국에서 3,056점의 원화를 보내왔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가 황금사과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BIB 2019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작품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색상이 매혹적인 작품이다.
그림 속에서 평온하고 낙천적인 분위기와 자연과 어울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이 심사평을 듣고 명수정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읽어낸 그들의 안목에 경탄을 했답니다. 심사평 속에 있는 ‘평온, 낙천, 자연과 어울리는 풍경’이라는 말과 화풍을 연결한다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세요? 그렇습니다. 바로 동양화예요. 명수정 작가는 우리 옛그림인 동양화를 모티브로 이 책의 그림을 구상했었거든요.
명수정 작가는 이 책의 첫 더미를 편집자에게 펼쳐 보이며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은 다 알고 또 학교에서도 중요하게 가르치지만,
왜 우리 작가들이 그린 동양화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동양화에서 영감 받은 그림을 보여주고 그 작품들을 찾아보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요. 편집의 과정에서 그 의도는 옅어지고 “여성의 한계와 극복”의 콘텐츠를 강화하여 현재의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로 태어나게 되었지만요. 하지만, BIB 심사위원들이 알아챘듯이 명수정 작가가 가지고 있던 그림 창작의 모티브로서의 동양화 작품들은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 장면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어떤 그림들이 그 속에 담겨있을지 궁금하시죠? 자료실에 업로드된 명수정 작가의 창작 모티브 관련 글에서 그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세요.